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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유감 - 차 한잔 하고 가세요.

세탁기에 쌓인 먼지.

by 행복살이 2021.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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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발코니에는 잠깐만 방치해도 어김없이 송화가루가 쌓입니다. 

 

여느 날처럼 담배 하나 물고 의자 끌어 앉고 보니, 비바람에 뿌옇게 쌓인 세탁기가 보이더군요. 

 

"고놈 참....제딴에는 우리 깨끗하게 해주는 놈인데...."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요. 

 

모 마트에 진열대가 부서져 고쳐달라는 의뢰를 받고 간 그날...

 

자기들 창고에 부품들이 있다 하길래, 그 먼지 쌓인 창고 뒤져 뒤져서 끙끙대며 가져갔는데. 

 

진열대 한쪽 구석에서 지네가 기어나온 겁니다.

(그 마트가 숲과 접한 변두리의 1층이라 아마 외부에서 들어온 듯합니다만)

 

고치는 거 보러 온 그 판매원 아줌마들 중에 한 명이 아주 기겁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하는 말. 

 

"아저씨 몸에서 나온 거 아니에요!?" 


저는. 

 

현장직 사람들 가리키며 공부 안하면 저런 사람 된다고 애들 세뇌하는 철부지 이야기가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요. 

 

저도 사람인지라... 참으려 해도 도무지 표정관리가 안되더라고요. 

 

뻔히 모두 다 보고 있는 한참 앞에 진열대에서부터 나오는 게 어떻게 내 몸에서 나오는 게 되는 것인지?

 

인상 구기고 돈 받은 적은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네... 세상에는 겉보기와는 달리 유익한 존재들도 많습니다. 

때로는 자신이 더럽혀져서 다른 것을 깨끗이 해주기도 합니다.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 덕분에, 짐승에게 안뜯기고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게 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아무도 치우지 않으면 본인이 치워야 되고. 

아무도 나르지 않으면 본인이 날라야 되고. 

아무도 고치지 않으면 본인이 고쳐야 되는데...

 

한쪽 눈으로만 보면 다른 한쪽 눈은 바보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아참. 세탁기. 

 

훌훌 털어내고 슥슥 닦아내고. 

깨끗하게 씻었답니다~. 

발코니까지 시원하게 물청소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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