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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유감 - 차 한잔 하고 가세요.

수돗물도 고마웠습니다.

by 행복살이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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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이나 흐른 것인지, 이제는 흐뭇한 추억 하나 올려봅니다. 

 

하던 사업이 망가지고 헤매던 그때...

쫓겨나고 쫓겨나다 보니 그야말로 허름한 촌구석 시골집에 방 한 칸 겨우 얻어서 살았던 적이 있었지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울긋불긋 꽃이 하나둘 피던 봄날에는 유독 지네들이 많이 기어 나왔던 그 방...

저 옛날 흙집에 도배만 해놓은 듯, 맞는 거 하나 없던 벽들....

 

지금 생각하면 참 웃프기도 한 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몇푼 벌어 입에 풀칠도 겨우, 결국에는 이러다 죽는 건가 절망하던 날에, 당시에는 그 싼 사글세도 제때 못내서 눈치 받고는 했었지요. 

 

하루한끼 라면하나로 버티다가 겨우 어찌 밥한끼 먹다가, 어느 날인가 아무것도 없어 쫄쫄 굶던 그때, 참 희한하죠? 

 

굶으니 본능이 말을 하는 것인지, 평소 신경도 안쓰던 수도꼭지가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그래... 물배라도 채우자. 이거라도 먹고 살자! 살아야지!!" 


네. 그렇게 꼬박 하루를 물배를 채우고 보냈습니다. 

 

살자고 하니 살아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날 어찌 일당벌이를 하게 되더군요. 

 

해보신 분은 아실거에요. 몸속에 든 게 없이 막일을 하면 몸이 어찌 되는지...

 

팔다리는 덜덜 떨리고, 숨쉬기조차 힘들고....

 

옆에서 그러더군요. "알콜중독이냐?" 라고요. 

 

그냥 웃었습니다. 웃을 수 밖에 달리 할 게 없었지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말할 힘도 없는데.

 

옆에서 보던 사람 눈에는 그저 한심하고 불쌍한 한 인간이 보였겠지요. 

 

딱히 참담한 심정도 억울한 심정도 없었습니다. 내 모습이 그리 보이는 것이 당연했을 테니까요. 

 

그날 저녁. 

 

먹을 것 사들고 들어와서 다시 눈에 띈 그 수도꼭지는 어찌나 고맙던지요? 

 

꿀꺽꿀꺽~. 다시 한번 얼굴 박고 실컷 마셨답니다. 

 

"너 덕분에 내가 살았다" 하고요. 

 

뭔가 흐르는 게 물인지 뭔지.... 


다 지나고 보니, 그런 것도 추억이 되네요. ^^

수돗물인지 지하수인지 지금도 모르지만, 그나마 물이라도 나와서 그거라도 먹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제게는 지금도 참 감사한 일로 남겨져 있습니다. 

 

당연한 것들 중에 감사한 것이 너무나 많지 않던가요? 

오늘도 편안하게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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