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유감 - 차 한잔 하고 가세요.

삼겹살이 새참이라니...

by 행복살이 2021. 7. 11.
반응형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분이 있습니다.
요 앞에 쓴다고 했었던,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분이요.

그러니까.... 벌써 십 년도 넘었겠네요. 그분 댁에 일하러 갔던 것이.
세월 참 빠릅니다.

우리 왜, 살다 보면 만나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지 않던가요?
그다지 오래 만나지 않아도, 마주 보면 항상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요.
억지로 시켜서도 아니고,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묘하게 힘을 주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요?
스스로도 즐겁고, 같이 있는 사람도 즐거운 사람. 😊

어쨌든 스토리를 풀어보자면요.


당시에 그 댁에 집수리를 가게 되었답니다.
전체 보수를 할 것은 아니라, 집의 앞쪽 부분 거실쪽과 안방 쪽을 손보게 되었었는데요.
기간은 일주일 정도면 끝나는 그리 큰 일도 아니었습니다.

첫째 날 과일부터 깍아주기 시작하시더니, 다음 날은 피자를 사들고 오시고, 그다음 날은 치킨을....

저는 농담반진담반으로 그랬지요.

"사모님. 너무 많이 주시면 일하는데 오히려 방해됩니다.ㅎㅎ"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버리면 그날 일정에 지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렇다고 먹고 힘내라고 들고 오는 것을 모른 척할 수도 없으니, 일꾼들 다 같이 불러 모으기를 며칠 째...

참 거칠다면 거칠은 그 인간들이 어찌 그리들 순한 양들이 되는지.
하기사 밝게 웃으며 환대하는 모습을 누가 뭐라 할까요.
지금 생각해봐도, 아주 그냥 조련사도 그런 조련사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우리가 점심을 먹고 오후 작업을 시작하는데.
조용히 오시더니 부엌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준비하시더군요.

저는 그날,
이제 그만 하시겠지...싶은 마음도 있었고, 단순히 '저녁 준비를 좀 빨리 하시나?'라고 생각했었답니다.
고기를 벌써 구우시다니, 저녁에 어디 나들이라도 가시나보다... 이러면서요.
점심시간 직후부터 준비를 하시는 것이 설마 우리 새참으로 준비하는 줄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웬걸요?

한참 오후 작업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되어간다 싶을 때였지요.

어김없이 들리는 밝은 목소리.
"이거 드시고 하세요~!!😄"

흩어졌던 사람들 들어오면서 다 같이 하는 말.
"아이쿠야.... 이 많은 고기 언제 다 구우셨습니까?"
"와.... 내 살다 살다 삼겹살을 새참으로 먹기는 처음이네...."

고기 식으면 맛없다고 얼른 앉으라고 하면서 사람들 둘러앉게 하고. 음료수며 과일이며 또 내오는 것을...
공정과 마무리 생각해야 하는 저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난감하기만 했지요.
맹물 한잔이라도 주는 것에 감사할 일인데, 고기까지 직접 구워서 주는 그 정성에 탄복 안 할 수가 없으니...

저요~. 그날 끝끝내 저의 악역(?)을 다하지 못했답니다.
피자 때부터 나오던 "한잔만 먹자" 하는 거 차단하느라 끙끙 애썼는데, 그날만큼은 어쩔 수 없어서...
소주는 안되고 맥주는 된다고....ㅎㅎㅎㅎ
내오신 소주는 제가 다시 냉장고로 집어넣고, 맥주는 한 캔씩 돌렸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어찌보면 새참 먹는 것이 일에 방해가 될 정도다 싶을 정도였던 그 현장은 아무 탈 없이 잘 마무리가 되었거든요.

보통 보면, 계산된 행동이나 의무적인 행동은 대부분이 보면 알게 되지 않던가요?
그 에너지가 바로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그분은 그런 거리낌이 없는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주는 것 자체가 좋고, 뭔가 위해주는 마음 씀씀이 자체가 순수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줄 줄 아는 분이셨다....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주는 것도 줄 줄 알아야하고, 받는 것도 받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요.
그만큼 마음이 열려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어쩌면 그 분의 그 열린 마음이 일하는 사람들을 다 움직이게 하지는 않았을까....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는 한답니다.

그 이후에요?
일이 다 끝나고 나서도, 제가 먼저 나서서 "혹시 이상한 곳은 없으신가?" 전화도 하고 오다가다 둘러도 보고...
그 뒤로 몇 년을 제가 좋아서 잔잔한 일손도 봐드리고 했었지요.
물론 옥신각신 하기도 했었습니다.
담뱃값이라도 하라고 그러고, 저는 필요없다 그러고요.
서로 돈 밀어내기.ㅎㅎ

이제는 세월이 흘러 연락처도 사는 곳도 바뀌어 인연이 다했다 싶지만, 여전히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이다"라는 말....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입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