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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유감 - 차 한잔 하고 가세요.

물벼락을 네 번 맞고서....

by 행복살이 2021.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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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물벼락이냐고요? ㅎㅎㅎ^^ 뭐 살다 보니 그런 날도 있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는 그런 것을 실제 맞이하게 되는....

비 구경하다 또 그 생각이 떠올라서, 썰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모 임대아파트에 일을 하러 갔었더랬습니다. 

해당 아파트 단지별로 안전 난간대를 설치하는 작업이었는데요. 

당연히 작업일 공지하고, 콘크리트에 볼트 심어야 하니 소음을 고려해서 시간대도 오후로 하고요. 

관리소에서는 당일 방송도 했고요. 

 

아무튼, 점심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작업을 시작했지요. 

한 시간이나 흘렀을까?  

옆에 보조하던 녀석이 어디서 물이 떨어지나? 이러더군요. 

파랗게 맑은 날씨에 무슨 소리하나 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빗방울이 떨어진 건가? 다들 그리 생각했지요. 

네. 첫번째 물벼락은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

눈앞에 물방울들이 저도 그냥 빗방울인 줄 알았거든요. 

 

우선은 일이 급하니 그대로 작업 계속. 

또 뭐 한시간 정도 흘렀나요? 

또 뭔가가 후두둑~ 하니. 

"야이 XX. 이거 뭐야~? 위에서 물 뿌리나 본데요!" 

"아 여기 미친 X이 있나 보네"

그때부터 동료들의 입에서 험한 말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참고 일부터 끝내야 하니 계속하자고 하고, 등허리 젖는 거 정도야 일상인데... 하고 또 작업을 했습니다. 

 

또 얼마간 작업을 했을까, 일에 집중하고들 있는데. ㅎㅎ 

또 쏟아지는 겁니다. 

잠시 일을 놓고, 동료 한 명이 씩씩대며 관리소에 다녀옵니다. 

이미 용접을 시작했는데, 자재며 연장들이 물에 젖기 시작하니... 저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지요. 

자칫 감전이라도 일어나면 바로 사망사고가 되는데...

 

네. 관리소에서도 다녀가고 방송도 더 했다 하니 이제는 안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일에 집중하는데, 결국 네 번째 물벼락이 또 쏟아지더군요. ^^

 

그때 그 짧은 순간에, 저는 많은 생각을 했더랍니다.  왜 생각을 했느냐는 아래에 다시 씁니다만. 

"화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나 죽는 거야 괜찮아도, 일하러 온 사람들 사고 나면 안된다 싶은 생각에 결국 터트리고 맙니다. 

 

"야~~~!!! 이 XXXX야~~~!!! 나와!!!! 어떤 XXX야~!!!" 

 

네.... 아주 그냥 아파트 단지가 떠나가라고 있는 힘껏 고함을 질러댔습니다. 그 인간이 들어야 하니까요. ㅎㅎ

관리소 직원들 우르르 다시 나오고. (마침 관리소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동이었거든요.)

화내던 동료들이 이제는 저를 말리기 시작했습니다. 

 

"내 어떤 XXX인지 면상 좀 봐야 것소!" 하고 문 뜯을 연장 들고 가는 것을, 관리소 직원들에 동료들이 말리고. 

실랑이 끝에 관리소에서 다시 올라갔는데, 문을 안 열어준다더군요. 

이미 네번째라 어느 라인 몇 층인지 대략 나왔었거든요. 

 

말 한마디 못할 거면서, 물은 왜 뿌려댔는지.

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그날 일은 거기까지 였습니다.... ^^


참 희한하지요? 

자기네 사는 집 안전하게 해주는 작업을 한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요지경 세상입니다. 그렇죠? ^^

 

여러분들께선 어떠신가요? 

저와 같은 경우를 겪으셨다면요? ㅎㅎ 

 

음..... 이제 다시 쓰겠다고 한 것 풀어봐야겠네요. 

 

당시에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먹었던 것이 있었답니다. 

"화를 내지않고 살자."라는 마음을 다졌었고, 실제로 저 일이 있기 전까지 몇 해 동안 화라고는 내본 적이 없이 지냈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동시에 무언가 허망한 느낌도 들었었지요. 

 

공의를 위한다고 했지만, 과연 잘한 것인가? 

뜻을 전달해야 할 당사자에게 전달은 되었을까. 

굳이 마음을 내지말고, 활짝 웃을 것을 잘못한 것은 아닌가? 

내 공든 탑을 내가 무너뜨린 것인가? 

어찌보면 시험이었나 싶고, 내 마음 그릇이 좀 더 컸더라면 달라졌을까 싶고.....^^

 

"아직 멀었구나...." 했습니다. 

 

알 수 없다 하더라도 허망함을 느꼈다는 것에 이미, 몸에 자연스레 배어있지 못하고 의지가 들어가 있었던 거니까요. 

공든 탑이라니.....공들이지 않고 쌓았어야 하는 것인데!

아니 쌓을 것이 없는데!!!

 

삶 자체가 수행이라 마음 먹었으나, 마음 닦으면서 사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만 느낀 하루였었지요. 

하기사 그래서 수행이라 이름 붙이는 것일까요? 

 

그래도 뭐, 그 일 이후로 또 현재까지는 원만하게 잘 보내고 있습니다. ^^

 

아유~ 이거.

다음에는 참 고마웠던 분 일화를 올려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얄궂은 사람들 이야기만 연속으로 올렸네요.  

저 이상한 사람들만 만난 거 아닙니다. 

 

아참. 다음 날에 다른 팀들이 갔는데, 그날은 아침부터 드르륵 거리며 시끄럽게 일했는데, 종일 조용하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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