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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이 책 어떠세요?

방랑시인 김삿갓의 한시 - 조선 최고의 래퍼 김병연.[19금]

by 행복살이 202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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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에 힘이 들어가나 싶어서, 오늘은 좀 쉬어갈 겸 해서 올려봅니다. ^^

저야 아재라, 랩을 잘 모릅니다만, 가사에 "라임(Rhyme)"이라는 걸 붙인다고요? 

 

우리 국어시간에 주로 시에 대해서 공부하면서도 이런저런 운율이나 압운을 공부한 적도 있겠습니다만, 

음악방송이든 유튜브든 한번씩 랩이나 힙합이 나올 때에, 종종 저분이 떠오르기도 했었답니다. ㅎㅎ 

제가 왜 이분보고 래퍼라고 했는지는 아래 소개해주는 시 몇 편을 보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자. 그러면. 이 할아버지 소개부터 해야겠지요? 


  • 김삿갓

본명은 김병연. 자는 성심. 호는 난고. 순조 7년(1807년) 장동 김씨 집안에서 출생. 

 

김병연 할아버지가 김삿갓이라 불리며 삿갓을 쓰게 된 이유가 있는데요. 

과거시험에서 과장에 걸린 문제를 보고 단숨에 시를 써내려갔는데, 당신이 작성한 시가 바로 당신의 할아버지(김익순)를 호되게 꾸짖는 것임을 집에 가서야 알게 되었답니다. 

이에 조상볼 면목이 없어, 여러 날을 고민하다 천하를 떠돌며 자신을 잊기로 하였고, 

조상을 욕보인 자신은 햇빛을 볼 자격이 없다고 하여 삿갓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네..... 뭐 그렇다고 합니다. ^^ 쉬는 글에 역사적인 사실까지 들어가고 싶지 않아 여기까지만 할게요. 

시대가 그러하니 비록 한시이기는 합니다만, 

굳이 한자 하나하나 살펴보실 것 없이, 옆에 적어둔 한글음만 주르륵 보셔도 느낌이 오실 겁니다. 


첫 번째 골라본 시입니다.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打浪打竹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타낭타죽)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대로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살아가는 이대로,       

옳다면 옳거니, 아니라면 아니거니 주어지는 그대로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장 거래는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안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 여기서 죽(竹)을 우리말에서 "~대로"로 빌려서 표현한 것이고요(우리 대나무를 '대'로도 많이 쓰지요?),

이와 동시에 흔들리는 대를 통하여 이것도 저것도 연연하지 않는 유연함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죽죽죽죽죽죽죽 하는 게 참 재미나지요. 


두 번째 시입니다. [애들은 가라~~!! 분명히 말했다~!! 이미 늦었나요? ㅜㅜ]

네. 19금인데.... 일단 올려봅니다. 제목에 붙였으니 됐겠죠?

 

爲爲不厭更爲爲하고   不爲不爲更爲爲하고...

 

(위위불염갱위위 불위불위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 네..... 어른들 말로 구름과 비가 나누는 정을 표현한 시입니다. 이하 생략. ㅎ.


세 번째 골라본 시입니다.

 

可憐門前別可憐  可憐行客尤可憐       

可憐莫惜可憐去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문전별가련   가련행객우가련)

(가련막석가련거   가련불망귀가련)

 

가련이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가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마라.  가련을 잊지 않았다가 가련에게 다시 오리. 

 

- 함흥에서 만난 기생 가련과의 애닳픈 정을 노래한 것이라 합니다.  

한겨울 첫사랑을 바친 가련과 김삿갓이 헤어짐을 눈앞에 두고 가슴속 깊이 사무치는 연민의 정을 자신의 가련한 신세로 표현한 시라고 하네요. 


네 번째 시입니다. [애들은 가라고 했으니 뭐...^^]

 

僧頭團團汗馬閬   儒頭尖尖坐狗腎      

聲今銅鈴零銅鼎   目若黑椒落白粥      

 

(승두단단한마랑  유두첨첨좌구신) 

(성금동령영동정  목약흑초낙백죽)

 

땡중 머리 둥글둥글 땀난 말 불알 같고, 

선비 머리 뾰족뾰족 앉은 개자지 같구나. 

목소리는 구리 방울 굴리는 듯 우렁차건만, 

눈알은 흰 죽에 빠진 산초가루 같도다!

 

- 할아버지가 수월사라는 절에 하룻밤 유숙을 위해 갔더랍니다. 

마침 수월사 절 앞 나무 그늘에 나이 많은 주지 스님과 머리에 관을 쓴 선비가 있어, 하룻밤 유숙을 청하였는데....

(아마도 정자관이나 동파관을 말하는 듯합니다. 뾰족뾰족한 관이라고 했으니까요.)

 

"우리 절엔 상좌가 여럿 있으니 그들에게 말하라"며 고개도 안 돌리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더랍니다. 

이에 유숙을 포기한 김삿갓 할아버지가 절의 야박한 인심을 비아냥거리는 시로 남겨둔 것이라네요. ㅎㅎ


어떠세요? ^^

요즘 힙합이나 랩에 나오는 가사가 얼핏설핏 보이지 않으시나요?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를 넘나드는 정말 놀라울 정도의 위트와 표현력.

이건 정말 예사 머리에서 나올 수가 없는 것들이라, 감탄의 연속이었지요. 

 

제가 본 책에선 그분의 시가 백 여편 정도 되는데, 소개해드린 시들 외에도 재미난 것들과 생각을 하게 하는 시들이 꽤나 많답니다. 전통적인 한시의 규칙을 지켜낸 시들도 당연히 많고요. 

 

요즘 세대에게는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자가 아니더라도 심심할 때 한 번씩 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시대는 다를지라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똑같지요? 

 

으~. 머리 식히려 쓴다고 했는데, 한자 바꾸느라고 손가락은 더 열이 나네요. ㅎㅎ

 

이상, 조선 최고의 래퍼 김삿갓. 김병연 할아버지의 한시 소개였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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