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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유감 - 차 한잔 하고 가세요.

고래가 뛰놀던 그 시절...

by 행복살이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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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년 전쯤이 되겠습니다.  

코흘리개 꼬맹이 때의 기억이니까요. ^^

 

일상유감 카테고리는 제 개인 일기장이라 생각하고 적어나가려고 만든 것인데요. 그래서 이 이야기도 처음에는 적으려고 리스트에 있었는데, 뺐거든요? 

요즘 사람들이 너무 소설 같다고 믿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글 주제도 고래보단 어족자원에 대한 유감이다 보니. 

 

그런데 요번에 츄나오빠님과 수다 떠는 중에, 그 추억이 또 생각나서 올려 보자 싶어 올립니다. 생각날 때 올려야지 언제 하겠어요. 

츄나오빠님 블로그에 제주도 돌고래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거든요. ㅎㅎ 


조금만 검색해보셔도 알겠지만, 우리나라에 고래 엄청나게 많았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검색을.)

 

지금까지도 제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 몇 개를 풀자면. 

 

동네 앞 섬 근처에서 그 큰 몸뚱아리 3분의 2가 솟아오르는 장면... 동네 또래들과 놀다가 잠시 멍~하니 봤던 기억이 있네요. 

"와아~~~!! 고래 뛴다~~!!!" 요러면서.

 

배타고 가다가요 - 선외기 정도의 작은 동네 어선이죠- 심심하니 배 옆으로 배 깔고 누워서 고래와 같이 가던 기억도 있네요. 

 

배 바로 옆으로 흑갈색의 커다란 뭐가 불룩 솟아요. 그리고는 무지개 모양처럼 둥그런 등짝이 스윽 보였다가 사라지고. 

어 다시 안오나? 하고 좀 있으면 또 불룩 나왔다가 스르륵 가라앉고....

 

"아재!! 고래! 고래!!" 해도 뭐.....

배 몰던 아재는 쿨~하니 고래 따위 가든 말든 이고요. 🤣🤣

 

어린 꼬맹이였던 제 눈에나 신기하지, 당시 아재들에게 뭐 멸치나 고래나 그게 그거였겠죠. ㅎㅎ 

 

상괭이 정도야 뭐 부지기수라...

엊그제 바람쐬러 가서 우연히 상괭이 한쌍을 봤는데요..

다른 분과 대화 중이어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지만, 언젠가 인연이 되면 사진 남길 수 있겠죠. 


사실 저만 그렇겠습니까?

어촌에서 나고 자라신 분들은 다 그런 기억들 있으실 거예요. 

 

어디 요즘처럼 온갖 낚시도구들이 있기나 했나요? 

봉돌도 없어서 자갈돌 하나 줏어다가 묶기도 하고(잘못 묶으면 금방 빠져서 다시 주워서 묶고.ㅎㅎ)

낚싯줄 한답시고, 할머니 반짇고리 통에 이불 꿰매려고 놔둔 실 잘라가서 하고. 

낚싯대는 또 있나요? 동네 대나무밭에 하나 쪄서 들고 가고. 

아재들 그물 고치다 나온 나일론 실 한모타리면 횡재하던, 크릴은 커녕 밑밥이 뭔지도 모르던 그 시절. 

 

지금 보면 저래가지고 고기가 잡히겠나? 하는 것 투성이죠. ㅎㅎ 

하지만, 아시죠? 그래도 잘만 잡혔답니다. 

 

감성돔? 그런거 그냥 동네 갯지렁이 파다가 대충 하면 물어요. 아니. 물었어요. ㅜㅜ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그 많던 고기들 다 어디로 갔는지.....

진짜 다 어디로 갔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코흘리개부터 해온 낚시 경력(??) 40년에 제 결론은 "고기는 있으면 잡히고, 없으면 안잡힌다" 였는데요. 

이제는 손놓은지 좀 됐지만, 그 덕분에 동네 바다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눈으로 봐오게 된 거였지요. 


네. 맞습니다.

급격한 산업화의 상처는 바다에도 있답니다. 

요즘에는 어떤 지 모르겠지만, 바닷가 도시마다 있던 "뒷판장"..... 불법 조업한 생선들 내다 파는 곳이지요?

얼핏 없어졌다 들은 것도 같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마치 한가지가 수습되기 전에 다른 일이 또 일어나버린 느낌....

어민들의 인식이 자리잡기 전에, 이제는 레포츠의 한 형태로 미친 듯이 번져나가 버려서....

 

아마 이 이야기를 쓰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예를 들어볼께요.

 

무려 배까지 타고 나가서요. 거기다가 수십박스 크릴 덩어리 때려 부어서요. 

그게 좋다고 헤롱거리는 게 방송에 나오고... 휴....

 

저는 정말 그게 낚시인지 되묻고 싶어요. 

(이러면 이제 그쪽 산업계에서 돌 날아오겠죠? ^^)

 

원래부터 배 타고까지 나가서 하는 거 안 좋아했지만, 마지못해 나간 날. 

코 앞에서 통발 걷는 노부부 앞에서 저는 얼굴을 못 들었답니다. (한동네 어르신들 같아서요.)

그 뒤로 다시는 배 타지 않았습니다만...

이제는 아예 안하니 뭐 그런 것도 추억이네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매듭을 풀면 좋을는지요. 

이미 바다에는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버렸으니....

 

부디 지혜롭고 현명한 방법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많던 예쁜 고기들, 그 커다랗던 고래들 다시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좋은 날 오리라 생각하며 이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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